[여의도풍향계] 극한 대결 치닫는 여 전대…내부서도 '자폭' 우려
여야를 이끌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서 여의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르는 여당 당권 경쟁에, 여권은 우려를, 야권은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두 시선,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 박현우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기자]
전 세계를 휩쓴 드라마 속 이 대사,
"이러다가는 다 죽어"
"이러다가 다 죽습니다"
울려 퍼진 곳은, 정치의 한복판이었습니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이, 바뀐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다 죽는다'는 취지의 전당대회 연설 중 일부였는데, 이 발언이 결국은 복선이었던 걸까요. 당내에서는 본래 취지와는 다른 의미로 "이러다가는 다 죽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당의 당 대표 후보가 총선 정국에서 대통령 부인에게 받았다는 문자메시지의 '전문'이 공개되기도 하고, 후보들 간 '선 넘은' 비방전에 집권 여당 전당대회는 말 그대로 '이전투구'가 돼버렸습니다.
"총선을 고의로 패배로 이끌려고 한 게 아닌지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맨날 수사하만 하다가 보니까 취조 당해보니까 당황스러우시죠?"
수십 년 전 언론에 보도된 상대 후보의 '특정 사건'을 떠오르게 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늘 이런 식으로 오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방식, 이게 원희룡 후보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정치경험입니까? 다중인격 같은 구태정치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특히 원희룡 후보가 '사천 의혹, 사설 여론조사팀 의혹, 김경율 금감원장 추천 의혹'을 꺼내 들고 한동훈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섰는데요.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고 반박하는 한동훈 후보.
이렇다 보니 지난 11일 토론회에서는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듯한 모습도 전파를 탔습니다.
"원 후보님, 본인 책임부터 말씀하지 그래요."
"제 주도권 질문이잖아요."
"주도권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자세를 가져야죠."
"그런 식으로 말싸움 기술로 넘어가면 안 됩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아 제 주도권 질문이에요."
이처럼 격화하고 있는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이른바 '원-한' 공방을 지켜보는 다른 후보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당 지도부, 그야말로 전쟁 같은 전대인데요,
"원 후보는 지지율 때문에 좀 '멘붕'이 오셨는지 약간 난폭 운전을 하시는 것 같고, 한 후보는 자기 이익이 너무 앞서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험한 무면허 운전이구나…"
'이전투구' 속, 오히려 차분하게 앙쪽을 중재하려는 모습을 보인 후보에겐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의혹 제기는 근거가 있어야 된다고 보고요, 전당대회가 조금 더 비전·정책 위주로 갔으면…. 사천 논란가지고 두 사람이 너무 세게 붙으니까 중재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사회자 같지 않았어요?"
당내 경선 중 벌어지고 있는 '집안싸움'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야 공히 갖고 있는 과거 악몽 때문일 텐데요,
보수정당의 '전례'를 들춰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명한 발언이 담긴 이 연설 역시,
"여러분,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대통령 후보 자리를 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와 경쟁했던 당내 경선 과정 중 불거진 의혹 때문이었고,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법정에 세운 '대장동 의혹' 등도 애초 그 출발점이 국민의힘 측이었다기보다는, 대선 후보 경쟁자였던 이낙연 당시 후보의 공세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범죄를 제보한 사람이 대선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잘못된 왜곡된 논리라 생각합니다."
진흙탕 공방이 이어지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남은 전당대회 기간만이라도 자폭·자해 전당대회라는 지적이 사라지고…"
당 선관위도 원희룡-한동훈 후보 측에 '주의·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추후에도 비방전이 이어질 경우, 토론회·연설회 등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민주당 역시 다음달 새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가운데, 여당 내에선 후보 간 과열 양상이 민주당을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여당은 '어대한' 기류가 강했던 전당대회에 거물급 당권 주자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흥행 기대감이 커졌는데, 이는 반대로 '어대명' 분위기로 예상돼온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을 쪼그라들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야권에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당 전대가 당 지도부조차 "'자폭', '자해'는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이전투구로 흐르면서 야당이 뜻밖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권을 두고 벌어지는 당내 권력 분화, 적전 분열이 점입가경"이라고 관전평을 했습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 후보자 등록도 마감되며, 여의도는 바야흐로 '전대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오는 9월, 22대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모두 새 지도부를 꾸리고 전열을 정비하기 위한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요. 전당대회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당의 새 리더십을 세우고 대오를 가다듬는 계기가 될지, 또 다른 분열과 갈등을 축적하는 결과로 끝날지 지켜볼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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